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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후보가 국회 의석의 2/3을 장악한 것은 우리 사회 이념지형이 우향우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앞으로 많은 틈새와 균열을 보여줄 거다. 대운하, 재벌규제완화 등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투표하지 않은 50%의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18대 총선 개표방송이 진행된 9일 밤 한나라당이 멋대로 질주하면 국민적 저항에 맞부딪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사회 전반이 보수화 되고 있지만, 정치지형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략적 실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강기갑-권영길 두 민노당 후보의 당선소식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낮은 투표율로 특정정당의 행태를 떠나 우리 정치가 불신받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든 패자든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진보는 정치냉소층이 적극적 변화의 행위로 나가도록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보수는 분열로 선전했지만, 진보는 분열로 지지까지 분열돼 전반적으로는 '진보의 패배'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금권선거가 동원된 이번 선거는 그 자체로 '부패세력이 복귀'했다는 우려를 갖게 된다"며 "진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진보라는 '주머니' 안에 뭘 넣을 것인지, 그 내용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고 '진보의 주머니론'을 설파했다.

 

<오마이뉴스>는 9일 밤 18대 총선 개표결과가 진행되는 동안 진보사회학자 3인에게 '18대 총선 평가와 전망'을 들어 보았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틈새와 균열의 정치... 야당정치연합 발상도"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현상을 확인시켜준 선거였다. 20대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50%를 육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수화됐다는 걸 반증한다. 투표율이 46%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 정당정치가 다수 대중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지형이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략적 실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거였다.

 

한나라당이 압승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낙마했다.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정부의 핵심사업인 경부운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또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이방호를 농민의원 강기갑이 꺾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구에서 32.6%나 얻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창원 빼고는 정당지지에 따라 의석을 차지했다. 정당투표는 '후원투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진보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성과다.

 

또,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은 당선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표를 얻었다. 3~4개월을 준비한 선거치고는 선전했다. 다음에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에서 친박연대나 자유선진당 같은 보수후보가 국회 의석의 2/3을 장악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이념지형이 우향우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많은 틈새와 균열을 내포하는 결과로 본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다수당이었지만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신문법․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규명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제도정치권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해서 사회적 이니셔티브까지 쥐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경부운하, 재벌규제완화 등 친기업정책들까지 국민들이 자동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이 정책을 추진하면 사회적 저항에 직면한다고 본다.

 

이명박정부는 우익들을 동원해 '시장독재'를 펼 것이다. 이는 민중생활의 파괴적 결과를 낳게 될 거다.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다양한 사회적 균열이 생길 거고, 거기서 배태되는 세력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정치의 재구조화, 사회운동의 재구조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통야당이 독점적으로 야권을 대표하던 시대는 갔다. 연합이 필요하다. 민노-창조한국-진보신당-민주당 등 야당적 정치성향을 분점해 대표하는 시대가 됐다.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야당정치연합, 연합사회전선 같은 발상을 해야 한다.

 

정동영-손학규가 이끄는 판은 바둑으로 보자면 죽은 패다. 죽은 패를 딛고 새로 서려면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60년대에는 박정희 개발독재에 윤보선이 맞섰다. 퇴행적 리더십이었다. 맞수가 못 됐다. 그러나, 70년대에는 김대중-김영삼 같은 새로운 리더십이 나타나 맞수가 됐다. 정동영-손학규는 이명박의 신성장 드라이브를 막을 맞수가 못 된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보수적 리더십이 아니다. 믿을 수 있는 원숙한 견제세력을 원한다.

 

따라서 개혁진보진영은 이명박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여야 한다. 문국현씨가 단기필마로 '경부운하는 환경재앙'이라는 키워드로 당선됐다. 과거에는 진보가 반독재, 반미면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태주의와 양극화 대안, 평화 등 진보의 내용을 풍부하게 끌어안아야 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 "진보, 정치냉소층에 신뢰 못 줬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을 보라. 46%다. 기존 정치시스템에 냉소적인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다는 얘기가 된다. 특정정당의 행태를 떠나 우리 정치가 불신 받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지자체선거나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20~3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든 패자든 모두 반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보는 정치냉소층이 적극적 변화의 행위로 나가도록 신뢰를 주지 못했다. 집단력이 강한 보수진영과 달리 상대적으로 유권자 결속력이 약한 진보진영은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보수는 분열로 선전했지만, 진보는 분열로 지지까지 분열돼 전반적으로는 진보의 패배로 귀결됐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1년 정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거대여당이 되고, 대운하나 재벌규제완화 등 각종 쟁점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 향후 몇 년을 결정짓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올해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올해 한나라당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면 정치냉소층의 행동을 촉발할 거다. 국민적 불만이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50%가 변화하면, 정치지형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갈등이 불거지면 움직이지 않았던 50%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여당도 염두에 둬야 할 거다.

 

만일,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잘한다면 일본정치와 같은 보수장기체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수층이 무리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일본과 같은 상황이 되기는 어려울 거다.

 

앞으로 진보는 민생이슈를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과반은 집 없는 사람들이다. 집값이 오르면 당장 피해보는 사람들이 많다. 민생의 의미가 시기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진영은 민생현안을 적극 개발해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노무현의 배신정치, 부패세력의 귀환"

 

"이번 선거는 완전한 정책실종 선거였다. 국가의 운명을 가를 대운하 문제에 대해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약에서 빼고 은폐했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논의조차 못하게 재갈을 물렸다.

 

정부여당이 국민적 정책논의를 가로막은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의심케 한다. 우리 정치는 이번 선거에서 돈에 휘말렸다. 금권선거가 동원됐다. 과거 '보수세력=부패세력'이라는 등호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로 '부패세력이 복귀'했다는 우려를 갖게 됐다.

 

그렇다면 진보(개혁세력 포함)는 제대로 대응했나. 민주당은 완전 망가진 상태에서도 한나라당과 전면전을 펴지 않았다. 공천문제로 내부에서 싸우느라 시간을 보냈다. 정당은 없고, 의원배지를 노리는 사람들만 있었다. 결집가능성을 스스로 버렸다.

 

권영길․강기갑 두 민노당 의원의 선전은 평가받을 일이지만, 전체 진보세력은 한국사회 변화에 걸맞는 가치나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국사회 문제의 응집력을 갖는 데 실패했다.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들이 있다. 재벌,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 4대 문제다. 소득이 모자라 어렵게 사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로 어렵게 산다. 바로 주택과 교육문제다.

 

교육비에 소득의 30%를 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뿐일 거다. 민생이슈를 전면에 배치하고 투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람들의 일상적 감각에서 보자면, 교육, 주택, 토건국가, 재벌문제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진보는 반대의 우선순위로 일을 해왔다. 이런 걸 고쳐야 한다.

 

이같은 재편이 안 된다면, 최악의 경우 일본처럼 보수정당이 일당통치하는 꼴을 맞게 될지 모른다. 17대 총선은 '개혁절정'의 선거였다. 그런데 국민들은 바로 배신당했다. 노무현의 배신정치가 미친 여파가 너무 크다. 배신당한 국민들은 점차 개체화 되면서 '나라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과 같은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거다. 그걸 비난할 게 아니다.

 

또, 진보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 '진보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하지 말아라. 정책으로 따지고 말하라. 진보는 지금 '주머니'와 같은 개념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주머니 안에 뭘 넣을 것이냐에 따라,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다른 거다. 진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내용이 바뀐다. 그런 것 없이 진보, 보수 따져봐야 의미가 없다.

 

한국은 더 이상 진보와 보수 두 개의 틀로 분석할 수 없다. 보수 안에도 수구와 보수가 있다. 진보도 개혁과 진보로 나뉜다. 수구보수도 '근혜파와 명박파'가 있고, 명박파 안에는 또 형님파와 아우파가 있다. 아우파의 핵심은 구민중당 핵심세력이다. 바로 이재오-김문수가 그들이다. 수구보수집단 내부도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얘기다.

 

개혁과 진보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정치적 진보'를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지면서 이제 겨우 혼란을 딛고 있는 상황 아닌가. 따라서 향후 정치와 경제, 문화, 생태, 외교, 국방 등 여러 기준을 놓고 개혁진보도 구분해야 한다. 더 큰 자기성장을 위한다면, 진보는 지금 상황을 얼버무리지 말고, 실증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입장을 올바로 봐야 한다."


태그:#18대 총선, #진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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