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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칼더의 손자 로워 씨를 마치 칼더인 양 사진 찍은 기자와 미술관직원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칼더의 손자 로워 씨를 마치 칼더인 양 사진 찍은 기자와 미술관직원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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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의 손자로 칼더 재단의 이사장인 로워 씨는 전시장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사진을 찍고 있다
 칼더의 손자로 칼더 재단의 이사장인 로워 씨는 전시장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사진을 찍고 있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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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에서는 2003년에 이어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누아르(NOIR)전'을 오는 8월 17일까지 선보인다. 칼더 재단을 설립한 그의 손자인 알렉산더 스터링 칼더 로워(A. S. C. Rower)씨가 칼더의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제작한 '검은색 연작'을 들고 직접 내한했다.

알렉산더 칼더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mobile)'의 창시자이며, 액션이 들어가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로 조각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그 질과 수준을 올려놓아 현대미술사의 큰 획을 그었다.

칼더는 18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조각가이고 어머니는 화가인 예술가집안이었다. 원래 스티븐스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나 후에 다시 뉴욕의 미술학교인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32년 칼더는 후안 미로의 영향을 많이 받아 흑백과 원색의 둥근 금속판을 철사와 막대에 연결해 만든 작품으로 세상에 그 이름을 알렸고, 195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조각대상을 받았으며, 1958년 카네기국제전에서 1등을 차지해 거장으로 우뚝 선다.

만드는 조각이 아니라 그리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I '검은 짐승(Black Beast)' 1940. 칼더의 초기작 중 가장 손꼽히는 최고의 걸작이다. ⓒ Calder Foundation, New York Art Resource, NY
 알렉산더 칼더 I '검은 짐승(Black Beast)' 1940. 칼더의 초기작 중 가장 손꼽히는 최고의 걸작이다. ⓒ Calder Foundation, New York Art Resourc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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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는 조각에서 브론즈, 대리석, 점토 등 무겁고 견고한 방식과 다른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질량 없는 경쾌한 방식을 도입한다. 조각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그림처럼 생각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그런 면에서 동시대 피카소보다 한수 위다.

그의 조각은 천장에 매다는 움직이는 '모빌(mobile)' 조각과 바닥에 고정시키는 움직이지 않는 '스테빌(stabile)' 조각으로 나뉘는데 위 '검은 짐승'은 스테빌 방식이다.

이번 전시제목에 프랑스어 '누아르(NOIR, 검은색)'가 붙은 건 검은색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색채가 칼더의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며 또한 색채가 그의 작업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30년대부터 추상에 유연한 액션을 주다

알렉산더 칼더 I '하행 척주(Descending Spines)' 1956. ⓒ Calder Foundation, New York Art Resource, NY. 이 작품과 유사한 '강인한 백합(Lily of Force)'이 올 5월 8일 뉴욕크리스티경매에서 1,856만 달러(약 210억 원)에 팔렸다. www.christies.com/features/alexander-calder-lily-of-force-2285-3.aspx
 알렉산더 칼더 I '하행 척주(Descending Spines)' 1956. ⓒ Calder Foundation, New York Art Resource, NY. 이 작품과 유사한 '강인한 백합(Lily of Force)'이 올 5월 8일 뉴욕크리스티경매에서 1,856만 달러(약 210억 원)에 팔렸다. www.christies.com/features/alexander-calder-lily-of-force-2285-3.aspx
ⓒ Calder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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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는 1920년대 말 프랑스로 이주하여 나무와 철사를 사용해 움직이는 장난감과 조형물을 만들어 명성을 날렸다. 거기서 당시 대가인 몬드리안, 레제, 뒤샹, 후안 미로 등도 만난다. 1930년 몬드리안 작업실을 방문한 후 구상에서 추상으로 바꾼다. 몬드리안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칼더는 당시 유행한 초현실주의에 접하면서 작품을 더 유연하게 만든다. 위에서 보듯 기류를 따라 작품도 바람처럼 흔들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기하학적인 구성과 유기적인 형태를 갖춘 그의 추상조각은 그래서 자유롭게 춤추는 영혼 같다.

이런 추상작업은 결국 이전에 보여준 형상은 사라지고 모션이나 액션만 남는다는 뜻이 된다. 이를 구현하려면 오브제에 동력을 일으키는 공학적 하이테크가 필요한데 다행히 그가 공학도라 이게 가능했다.

칼더 감상법, 오감 그 이상을 총동원하라

알렉산더 칼더 I '틈이 있는 검은 모빌(Black Mobile with Hole)' 223.5×243.8cm 얇은 철판, 철선, 페인트 1954
 알렉산더 칼더 I '틈이 있는 검은 모빌(Black Mobile with Hole)' 223.5×243.8cm 얇은 철판, 철선, 페인트 1954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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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워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칼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우선 시간과 공간의 요소가 필수 불가결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관객이 오감 그 이상의 예리한 관찰과 직관과 심미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관객이 전시공간의 빛, 소리, 습도 등 여러 제반사항과 전시장분위기를 제대로 읽어내야 작품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칼더 작품을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의 할아버지 칼더는 작품 속에 자신의 에너지를 담아두었다고 생각하기에 그것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원했다며 관객이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과 미묘한 떨림을 음미해 보라고 권고한다.

유쾌한 유희정신과 가벼움의 철학

칼러의 유머러스한 작품 '장식쇠붙이(Escutcheon 1954)' 앞에 서 있는 로워 씨. 그는 할아버지가 만든 금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왔는데 그 장신구 속에도 칼더 작가의 에너지가 들어있다고 믿고 있었다
 칼러의 유머러스한 작품 '장식쇠붙이(Escutcheon 1954)' 앞에 서 있는 로워 씨. 그는 할아버지가 만든 금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왔는데 그 장신구 속에도 칼더 작가의 에너지가 들어있다고 믿고 있었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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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전시장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 사진도 그런 면을 보여준다
 칼더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전시장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 사진도 그런 면을 보여준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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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는 쾌활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었단다. 그가 구현한 조형언어도 그를 닮았다. 그래 선가 경쾌한 유희정신과 위트가 넘친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조각의 가벼움의 철학을 깨우쳐줬다는 점이다. 엄숙주의가 풍미하는 당대 미술계에 일침을 놓았다. 이런 사고는 당시로는 매우 전위적인 것이었다.

저토록 가벼워 보이는 조각임에도 어떤 아우라가 느껴지는 건, 엷은 철사로 만든 추상조각에 다른 폭과 속도와 모양으로 호흡과 에너지를 불어넣으면서 오브제 간에 균형감을 이루게 하는 공학도의 치밀한 계산과 공간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하는 탁월한 감각 때문이리라.

시적 발명품이면서 수학적 기술의 상징

칼더의 작품이 전시된 국제갤러리 3관 전시실 모습.
 칼더의 작품이 전시된 국제갤러리 3관 전시실 모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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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작품을 보고 "시적인 발명품이면서 수학적인 기술의 조합이고 자연의 감각적 상징이다"라고 하면서 "백조와 같이 우아한 동작을 지닌 물질과 생명의 중간쯤이 된다"라고 평가했는데 마치 하늘에서 춤추는 조각그림 같은 위의 작품을 두고 한 말 같다.

도심에 활력을 주는 그의 공공미술

칼더 I '머리와 꼬리(Tetes et Queue)' 공공미술 1965. 베를린
 칼더 I '머리와 꼬리(Tetes et Queue)' 공공미술 1965. 베를린
ⓒ 위키페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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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한 가지 추가하면 칼더는 공공미술가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도 때로 마사 그래함 현대무용단이나 오페라를 위한 무대설치를 맡기도 했지만 60년대 이후 자신의 작품을 대형화하여 대중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공미술에 더 큰 관심을 두었다.

그는 도시의 직선과는 다른 추상적 곡선을 넣어 삭막한 도심에 활력을 주었다. 구겐하임미술관이나 퐁피두미술관뿐만 아니라 베를린, 파리 같은 유럽의 거리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도시한복판에 사는 이들에게 예술과 기술이 멋지게 어우러진 조형을 선보여 일상 속에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선물을 주었다.

덧붙이는 글 | 알렉산더 칼더 재단 홈페이지 http://www.calder.org
국제갤러리 제3관 www.kukjegalley.com 종로구 삼청로 54번지 02) 735-8449 입장무료



태그:#알렉산더 칼더, #모빌 조각, #키네틱 아트, #스테빌 조각, #공공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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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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