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기획 아이템을 내라고 성화다. 하지만 전 언론사에 있을 때 이미 기획기사 수백 개를 썼었다. 더 이상 이리저리 묶을 것도 없다. 더 이상 식상한 아이템으로 기획기사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국장님이 내놓으란다. 와, '죽것다'. 다시 머리를 쥐어 짜낸 결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예 내가 영화를 만들어보자.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낀 것을 써 보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극중에서 매니지먼트 본부장 역할을 맡은 정만식.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최우리와 정만식 ⓒ 이정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보니 나의 인맥은 3가지 부류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았다. 첫째는, 너라면 무조건 도와준다. 둘째는, 너라도 일은 일이니 상황을 봐가면서 도와준다. 셋째는, 잘 되길 바랄게.  

나의 단편영화 만들기는 그야말로 총알(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상황이기 때문에 주위에 민폐를 많이 끼쳤다. '재능기부'로 물론 나중에는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영화의 상영금을 모아 모두 다 돌려 줄 테지만 일단 시작을 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제작비는 내가 해결해야했다. 단편영화만들기 초급부터 실전까지, 개인적으로는 좋은 수업을 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넉넉지 못한 사정으로 배우들의 개런티, 스태프들의 수고비 등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성실히 설명하고 그리고 함께 해달라는 말과 편지만이 가능했었다.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재능기부'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최우리, 정만식, 김기태 촬영 감독.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재능기부' 단편영화 프로젝트 주연배우인 최우리와 정만식 ⓒ 이정민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인해서 출연을 못한다는 분들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봐주고 귀한 시간 고민을 함께 해준 것만으로도 난 너무 감사했다. 그냥 패스할 수도 있었지만 결정을 내릴 때까지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나의 시나리오라고 하면, 수준이 높다거나 뛰어난 독창력이 있었다거나 하지는 못했음을 스스로 자평한다. 그러하니 이 단편 시나리오를 보고 혹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서 출연을 꺼려할 수 있다. 당연하다. '프로 대 프로'로 만나는 곳이 아닌가. 하지만 난 아직 영화 만들기 부분에서 아마추어 중에서도 최고 아마추어였다. 누굴 탓할 것인가.    

그런 몇 장짜리 단편 시나리오로 좌충우돌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프로들의 세계에 뛰어다닌 것 자체가 어쩌면 민폐였고 무모한 짓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작은 그러하였지만 재능기부라는 선의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아이들도 나와 같은 꿈을 꾸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고도 싶었다.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재능기부'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스태프들과 배우 정만식.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모니터링 중인 정만식과 최우리, 그리고 프로듀서 장철한. ⓒ 이정민


서론이 길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무조건 같이 가겠다'고 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배우 정만식과 매니저인 임정배 이사님이다.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부터 여러 차례 시나리오를 바꾸고, 남자 주인공의 분량도 조연 정도로 확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무조건 너니까 도와준다'로 함께 하셨다.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다급해지고, 그리고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다치고 작은 것 하나에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까..모든 상황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런 상황에서 이 연재물을 시작했던 올해 초부터 영화를 촬영한 그 날까지 흔들림이 없으셨던 두 분이다. 너무 감사를 드린다.

정만식 형님은 <부당거래><심야의 FM><모비딕><카운트다운> 등 다수의 영화에서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지난해부터는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추며 좀 더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과 최근에 <더킹투하츠> 등에 출연하며 이제 그를 알아보고 그를 찾는 대중들과 관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재능기부'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김기태 촬영 감독님과 주연배우들.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배우 정만식 ⓒ 이정민


지금은 영화 <간첩>의 촬영에 한창이고 하반기에도 한 편의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가 바쁜 스케줄 틈에서도 이번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함께 간다고 해준 것이다. 너무 든든했고 따뜻했다.

만식이 형님의 연기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에 묵직함과 진정성을 더해준다. 이번 단편영화에서도 그런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줬다.

특별한 리허설과 대본리딩 없이도 5월 28일 촬영 당일 거의 NG없이 단박에 최우리씨와 호흡을 척척 맞추는 것을 보고 역시 '프로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틈틈이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제 이렇게 능청스럽게 현장에서 단박에 잘 해 내실 줄이야. "역시"라는 말 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3가지 부류의 인맥들 중에서,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나도 감히 누군가에게 선뜻 하기 어려운 '무조건 너니까 같이 간다'고 해주었던 정만식 형님과 임정배 이사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극중에서 매니지먼트 본부장 역할을 맡은 배우 정만식.

'재능기부'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흔쾌히 노개런티로 출연한 배우 정만식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극중에서 매니지먼트 본부장 역할을 맡은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단편영화 <여기자의 하루>에 출연한 배우 정만식.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연재기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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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②]킬! 킬! 그러다 여배우와 여기자 이야기로 '훅!'
[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③]표절? 오마주? 이러다 시나리오 산으로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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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의 영화제작노트⑧]"캐스팅,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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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정만식 최우리 더킹투하츠 여기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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