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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해고말고 복직을 철탑말고 삶터로'가 적힌 피켓이 눈길을 끌었다.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해고말고 복직을 철탑말고 삶터로'가 적힌 피켓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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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단일화가 대세라는데 우리도 단일화합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일화, 학생과 노동자의 단일화, 모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승리의 단일화를… 그리고 이명박과 무기징역의 단일화, 박근혜와 허경영의 단일화, 이 단일화가 이뤄져야 정권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희망버스의 주인공,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눈물을 보였다. 300일이 넘는 크레인 고공농성도 해냈던 그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코오롱, 콜트·콜텍, 재능교육, 영남대 의료원 등 7~8년이 넘게 이어지는 장기 투쟁 사업장들을 호명하던 순간이었다. 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일화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승리의 단일화를, 그리고 이명박과 무기징역의 단일화를, 박근혜와 허경영의 단일화"를 외쳤다.

김 위원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회의 무대에 올랐다. 김 위원은 "살고 싶어서 77일의 그 전쟁을 견뎠고, 살고 싶어서 테이저건을 맞았고, 살고 싶어서 40일 넘게 단식했다"며 "절망 속에서도 기적을 만들어왔던 우리, 희망을 만들어왔던 우리가 힘이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에 2000여 명으로 가득 찬 서울광장은 긴 함성이 이어졌다.

전·현직 지부장은 단식으로 인한 입원과 고공농성으로 불참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회계조작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하라', '어용노조 해체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 등 노동자들의 염원이 적힌 만장이 무대에 올랐다.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회계조작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하라', '어용노조 해체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 등 노동자들의 염원이 적힌 만장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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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646명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77일간의 옥쇄파업이 일어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문제 해결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청문회에서 쌍용차의 경영이 악화를 부풀리기 위해 자산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는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일에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김정우 지부장을 만나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정조사 실시가 불투명하다.

이날 집회의 주인공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쌍용자동차 지부의 현 지부장과 전 지부장은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단식으로 인한 입원과 철탑 고공농성 때문이다. 김정우 현 지부장은 지난 19일, 41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이다 병원에 후송됐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20일 쌍용차 평택 공장 앞, 30m 높이의 고압 송전탑에 올랐다.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과 함께였다. 두 지부장이 요구한 것은 쌍용차 국정조사와 정리해고 사태의 책임자 처벌 그리고 해고자 원직 복직이다.

'해고말고 복직을 철탑말고 삶터로' 피켓 눈길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1000여 명을 비롯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문정현 신부, 이도흠 한양대 교수, 최헌국 생명평화교회 목사, 정의헌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상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주최 측 추산 2000여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 집회에는 '해고말고 복직을 철탑말고 삶터로'라고 적힌 피켓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범국민대회 선언문에서 "겨울을 앞두고 다시 땅을 떠나 철탑에 올랐다. 더 이상 추락할 곳도 떠밀릴 곳도 없다"며 "쌍차 문제 해결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보다 더한 노력과 투쟁을 통해 문제해결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쌍용차 회계조작, 기획파산, 살인진압, 이어지는 죽음의 문제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일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과 정치권은 쌍용차 국정조사 즉각 수용하고, 쌍용차 문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김소연 무소속 후보, 김순자 무소속 후보가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했다.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김소연 무소속 후보, 김순자 무소속 후보가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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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도 집회에 참석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김소연 무소속 후보, 김순자 무소속 후보가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했다. 이정희 후보는 무대에 올라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이 돌아가실 때마다 그저 함께 슬퍼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 게 아닌가 후회했다"며 "진작에 풀지 못하고 긴 어려움을 겪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 돼 다시는 잔인한 제도 속에서 노동자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통합진보당이 아래에서부터 더 낮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기륭전자에서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했던 김소연 후보는 "야권연대가 되면 우리 노동자들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그런 일터가 보장될 것인가"라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노동자에 대한 인식에 근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는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이 희망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긴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싸울 때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죽은 노동자들의 영혼이 찾아와 온기 전해줘"

이날 집회 도중 철탑 위의 한상균 전 지부장과 전화가 연결됐다. 한 전 지부장의 '반갑다'는 말 한 마디에 영하의 서울광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데워졌다. 그는 "거친 칼바람을 맞을 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다"면서 "어린 자식, 사랑하는 아내, 홀어머니 남기고 떠났던 노동자들의 영혼이 찾아와 온기를 전해주고 간다"며 철탑에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한 전 지부장은 "우리의 뜻을 반드시 관철하고 내려 올 것이다. 철탑에 붙은 동장군과 한 배가 되더라도 꺾이지 않겠다"며 "결코 쉽지 않지만 강물처럼 흐르는 희망의 연대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함께 진군하자. 고맙다"고 말했다.

집회는 마지막으로 '회계조작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하라', '어용노조 해체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 등이 적힌 만장이 무대에 올라 노동자들의 요구를 염원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하려고 했지만 경찰의 진압에 의해 가로막혔다.


태그:#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명박 대통령, #김정우 지부장, #한상균 지부장, #김진숙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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