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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진보신당 관계자들이 6일 오전 남천동 새누리당 부산시당 앞에서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 노동자 사태의 즉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진보신당 관계자들이 6일 오전 남천동 새누리당 부산시당 앞에서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 노동자 사태의 즉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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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정부와 정치권은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뭘하는지 모르겠다."

6일 만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답답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가 48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어느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다.

참다못한 유족 등이 최씨의 빈소를 한진중공업 안에 마련한 지도 8일째가 되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을 중재할 정부·정치권은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한진중공업 안에서는 대화 없이 공문만 하릴없이 오고 가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씨의 빈소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 마련된 지 일주일째를 맞았던 5일도 한진중공업 노사는 공문만 주고받으며 협상 일정 조차 잡지 못했다. 사측은 이날 오후 2시가 돼서야 빈소를 회사 관리 범위 밖으로 철수할 경우를 조건으로, 6일 오전 회사 밖 산대학과장에서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하루 앞선 4일 입장에서 날짜만 넣는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더군다나 오후에 공문을 보내면서 당일까지 철수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식의 내용에 유족과 한진중공업지회 등은 분노했다.

이들은 공문 접수 이후 발표한 입장에서 "노조로 공식 제안도 급박하게 보내고, 논의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단 몇 시간 내에 시신을 옮기는 것을 조건으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회사가 여전히 최강서 열사와 유가족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측이 빈소 마련 위치로 정하고 있는 '회사 관리범위 밖'도 유족과 대책위는 사실상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초 지난달 30일 운구를 시작하며 유족과 한진중공업지회 측은 지난해 6월부터 이 회사 신관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으로 고인의 빈소를 옮길 예정이었다.

고인의 부인 이선화씨는 "우리가 빈소를 옮기겠다고 마음을 먹는데는 큰 고민이 따랐다"며 "40여일 동안 조문 한 번 오지 않던 회사가 이제서야 이런저런 조건을 달고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대화를 하자는 것은 결국 난처한 국면만 피하자는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뒷짐 지고 선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 중재노력 이어져

하지만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는 양측의 입장 조율을 위한 시도는 미진하다.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서로를 오가며 입장 전달자를 자처했지만 이 역시 생필품 반입 등의 기초적인 사안에 불과했다. 5일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찾은 박화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도 노동계와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새 정부 구성을 앞둔 시점인 만큼 새누리당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진보신당 등은 6일 오전 새누리당 부산시당을 찾아 새누리당의 사태 해결 의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대선 결과에 절망을 느낀 최강서 노동자가 목숨을 끊고 잇따라 4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자 정치적 부담을 느꼈는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조문을 왔으나 그뿐이었다"며 "생색내기, 면피용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은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한 채 시작되는 불행한 정부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새누리당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역할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40%에 달하는 표를 부산에서 받아가고도 지역 갈등 문제에 제대로 나서고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노사 양측 모두 이 문제가 장기화로 가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는 동의하는 만큼 노사민정협의회를 꾸려 신속하게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정부와 여야가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한진중공업, #최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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