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안민석 의원에게 건넨 서울 초등학교 쉬는 시간 현황 자료.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안민석 의원에게 건넨 서울 초등학교 쉬는 시간 현황 자료.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정부 들어 초등학교 '쉬는 시간' 10분을 반토막낸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단독 입수한 서울지역 '초등학교 쉬는시간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니 쉬는 시간 5분제를 실시하는 학교가 35개교인 것으로 밝혀졌다. 587개 초등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쉬는 시간 5분제를 새로 도입한 초등학교가 해당 학교 전체의 77%인 27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77%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5분 쉬는시간제 도입

이 자료는 서울시교육청이 안민석 민주당 의원(교육과학기술상임위)에게 보고한 것으로 초등학교 쉬는 시간 5분제 실시학교를 공식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사실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쉬는 시간을 줄인 이유를 다시 파악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하는 35개교 가운데 77%인 27개교가 10분 쉬는 시간을 지켜오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에 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8개교, 2009년 12개교, 2010년 7개교가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조정했다. 게다가 중간 휴식과 식사를 겸하는 시간인 점심시간도 기존 50분에서 40분 이하로 줄인 학교가 199개교(2개교는 30분)에 달했다.

학교가 이처럼 쉬는 시간을 줄인 이유는 일제고사 시행 등으로 확대된 경쟁교육 분위기에 편승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쉬는 시간을 줄이면 방과후학교 진행 시간을 앞당기거나 학생들의 학원 편의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A초 교감은 올해 초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에서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하면 학원 보내기도 좋고 방과후학교도 내실 있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학교 3학년 재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쉬는 시간 5분 안에 화장실에서 일을 보려고 쩔쩔 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한 교사도 "생리를 하는 여학생의 경우 화장실에서 뒤처리도 제대로 못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쩔쩔 매는 걸 생각하면 가슴 무너져"

사진은 2008년 10월 8일 실시된 초등생 대상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험 모습.
 사진은 2008년 10월 8일 실시된 초등생 대상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험 모습.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전문가들은 쉬는 시간을 제대로 확보해 주지 않으면 학생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용중 아이건강연대 21세기 사회설계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휴식시간과 수면시간을 갖고 사는 우리 아이들인데, 학교가 쉬는 시간까지 줄이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라면서 "고작 5분 휴식한 채 다시 학습을 강요하면 학습 경쟁력도 떨어질 뿐더러 심하게는 정신과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총론과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운용지침에는 40분 수업시간 기준만 제시했을 뿐 휴식 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반면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54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초등학교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이는 것은 지나친 행위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관계자도 "초등학교 발단단계에 따라 40분 수업하고 쉬는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면서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의견을 들어 쉬는 시간 5분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5분제 실시 이유 등을 다시 조사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쉬는 시간 5분제를 실시하고 있는 35개 전체 학교 명단이다. (  )안은 하루 전체 쉬는 시간 중 5분제 적용 회차다.

서울삼육초(전체), 증산초(전체), 개명초(3회), 개웅초(2회), 고척초(4회), 선유초(4회), 영동초(4회), 영림초(전체), 상곡초(전체), 동북초(2회), 태강삼육초(전체), 숭신초(2회), 신용산초(전체), 리라초(2회), 계남초(5회), 목운초(2회), 발산초(2회), 수명초(1회), 신남초(2회), 신월초(2회), 양목초(1회), 양원초(3회), 은정초(2회), 치현초(2회), 대도초(전체), 대왕초(1회), 대청초(전체), 구암초(1회), 동작초(4회), 삼성초(2회), 금옥초(전체), 송원초(전체), 대광초(4회), 북한산초(2회, 2~3교시 쉬는 시간 20분), 매원초(전체).


태그:#학생인권, #서울시교육청, #쉬는 시간 5분제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