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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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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하고 곽노현 교육감하고 찰떡궁합이구만! 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양쪽이 무슨 작전이라도 짠 거 아닙니까?"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8일 오후 서대문 시교육청 9층. 국정감사가 잠시 정회되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 안민석 의원은 웃으며 마주앉은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에게 말을 건넸다. 교과위 한나라당 간사인 서 의원은 씨익 웃어 보였다.

다른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도 "오늘 여야가 뭔가 뒤바뀐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교조 저격수'라 불리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도 웃으며 놀라운(?) 말을 했다.

"곽 교육감 잘하잖아요! 잘하는데 윽박지르고 뭐라 하면 안 되지."

예상은 빗나갔다.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기대가 큰", "강직한", "열심히 노력하는" 등의 수사로 곽 교육감을 치켜세웠다. 그에 반해 민주당 등 야당은 "개혁 의지가 약해 보여 실망이 크다"며 곽 교육감을 비판했다. 국감 현장 곳곳에서는 "이거 지금 무슨 분위기지?"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이 곽노현 교육을 왜 이렇게 감싸지?"

국감 시작 전 한나라당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강하게 몰아 부칠 것이라 예상됐다. 여당인 한나라당에 '진보교육감' 꼬리표를 달고 있는 곽 교육감은 좋은 공격 대상이 아닌가. 하지만 분위기는 처음부터 부드러웠다.

곽 교육감은 오전 10시 국감 시작 직후 업무 보고를 마치고 국감장을 떠났다. 다른 행사 참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전날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행사 참석 때문에 국감장을 떠난 것을 비판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국감의 본격적인 질의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전교조 저격수' 조전혁 의원이 보수 진영에 '친 전교조 인사'라 불리는 곽 교육감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곽 교육감님이 당선됐을 때, 사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하시는 일을 보니 '저분이 참 합리적인 분이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도 곽 교육감님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 하시는데,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이 아닌 솔직히 하는 말입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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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질의에 앞서 격려의 말을 했다.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은 "곽 교육감님이 선출되고 혁신의 바람이 분다"며 "앞으로도 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 교육감님"이라며 말문을 열며 "곽 교육감은 젊고 학자풍이면서 말씀은 느리지만 아주 강직한 분으로 느껴진다, 국민들 기대가 아주 크다"고 미소로 질의를 시작했다.

또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은 "많은 시민들이 곽 교육감의 교육 개혁과 교육 비전을 높이 평가하며 잘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진보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치켜세웠다.

물론 모든 여당 의원들이 덕담과 칭찬으로 질의 시간을 보낸 건 아니다. 서상기 의원은 "무상급식 말고도 교육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꼭 그것부터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역시 "무상급식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3무학교(사교육, 학교폭력, 학습준비물)'가 더 타당하다고 본다"고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우리 곽노현 교육감, 기대가 크다!"

이에 반해 민주당 등 여당 의원들은 "교육감직을 걸고 교육계의 부정·부패를 몰아내라"고 곽 교육감에게 비판적인 질문 공세를 펼쳤다.

안민석 의원은 "6월 교육감 선거 때 다른 후보들과 정책 연대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면 안 된다, 교육감에 대한 여러 평을 듣고 우려가 되는데, 가슴 넓은 교육감이 되라"고 말했다.

이어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의외인데, 교육감이 강한 개혁과 쇄신의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말투가 부드럽고 조용한 것과 개혁·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건 전혀 다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곽 교육감을 선택한 서울시민들이 고래를 갸웃했을 것 같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교육감이 업무 파악이 덜 돼 있고, 국감 준비가 소홀한 것 같다, 교육청 공무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국제중 학교법인의 취약계층 지원 약속이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 지원금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국제중 학교법인의 취약계층 지원 약속이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 지원금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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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제중학교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을 축소하고 있는 등 설립 목적과 달리 운영되고 있는데 당장 설립을 취소하라"고 곽 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곽 교육감은 "배려 대상자 지원 축소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곽 교육감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격차를 해소할 강력한 의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봤더니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 "곽노현 개혁 의지 있나? 실망스럽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교육정책 및 교육현안에 대해 질의를 하고 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교육정책 및 교육현안에 대해 질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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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육은 "교육감직을 걸고 교육계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처음과 마찬가지로 개혁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몇 차례 반복해 말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실망스럽다" "개혁 의지가 약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여야는 왜 이렇게 곽 교육감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까. 우선 여야는 각각의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측의 한 인사는 "야당은 서울시교육청이 개혁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어 가시적 성과를 내게 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야당으로서는 같은 편 '군기 잡기'와 더불어 곽 교육감이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도왔던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점도 덧붙였다.

여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한나라당의 곽 교육감 감싸기'에 대해 "곽 교육감이 점령군처럼 행세할 줄 알았는데, 속도 조절을 하는 등 합리적인 면이 많다"며 "거기에 더해 자기 편이 아닌 사람과도 대화하는 의지가 있는 점도 '허니문'의 한 원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보좌관은 "곽 교육감이 무엇보다 고교 무상급식 실시를 보류해 여당 의원들의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개혁을 하라는 의미일 뿐 우리는 다른 의도가 없다"며 "한나라당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면 우리도 놀랍다"고 곽 교육감을 대하는 냉랭한 태도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태그:#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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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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