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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난 그 흔한 노빠도 아니고 좌빨도 아니다. 그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전쟁보다는 평화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30대 청춘이다. 김영삼보다 김대중이 좀 더 똑똑해 보여 찍었고 수구꼴통이란 닉네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한나라당이 싫어서 김대중을 찍었고 이회창보다는 노무현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좀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해서 그에게 표를 줬을 뿐이다. 저번 대선에도, 그래도 대통령인데 애초부터 도덕성이 결여된 수준 이하의 후보에게 차마 표를 줄 수 없어 어쩔수 없이 정동영을 찍었던 그런 힘없는 백성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고 있노라면 막장드라마도 울고 갈 굵직굵직한 미니시리즈들이 씌여지고 있는 듯하다. 본시 막장드라마일수록 결과는 뻔한데 하루 하루 놓치기 아까운 자극적인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는 게 기본이다. 최근의 노무현 죽이기는 하루라도 시청하지 않으면 왕따당하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결과는 뻔한데 말이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노무현을 욕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언론들이 앞장서서 물어뜯고 할퀴고 찢어발겨 만신창이를 만들고 있다. 그나마 우리 근대사에 유일하게 도덕적으로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던 노무현마저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다. 어쩌면 조 단위의 엄청난 비자금과 자기 백성을 학살한 반란수괴의 대역죄인인 전두환, 노태우보다 더 비난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비자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완벽한 뇌물인지도 헷갈리는 돈, 연일 검찰과 언론이 각본 맞추듯 중계방송을 해대며 왜 현 정권이 이토록 노무현을 짓뭉개고 죽이는데 사력을 다할까? 과연 김영삼은 깨끗해서 김대중은 털어 먼지 하나 안 나는 사람이라 그냥 넘어갔을까? 잘 들여다 보면 너무 웃긴다. 모든 권력을 총동원해 수사를 해댔지만 결국 전직대통령에게 붙일 죄목은 100만달러와 시계 2개 뿐인 듯하다. 그 또한 뇌물죄를 뒤집어 씌우기엔 논란이 있는 듯하고 말이다.

결국엔 의혹이 있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노무현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죽이기엔 족하다. 깨끗한 척하고 도덕성을 최고의 생명처럼 여긴 사람에게 그 숨통을 주변에서부터 끊어 들어가니 산송장이나 다름없게 되어 버렸다.

노무현을 옹호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도 국민을 저버리고 반도덕적인 생각이나 행위를 했다면 그것으로 지탄 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그도 현실정치인이고 대한민국에서 정치한 사람이 어찌 대통령이 되고난 다음 일성처럼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이겠냐 말이다. 또한 어차피 기존 썩어빠진 제도권정당의 부패구조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있냐 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 속에서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문화가 팽배한 속에 대통령의 주변이 모두 성인군자일 수 있겠는가? 그들도 사람인데 말이다.

어찌 바꾸어 보면 태광그룹 박연차 회장. 재계서열 30위권 근처에도 못간 쬐끄만 회사 회장이 뿌린 돈 땜에 이 난리인데 옛날 수백억 수십억씩 비자금 날라대던 대기업들은 다 어디 갔나? 정권이 검찰을 총동원해 탈탈 털어 겨우 박연차에 100만달러, 시계... 그 정도면 전직 대통령을 잡범 취급해 그 권위를 스스로 뭉개버리고 소환조사 받고 피의자로 재판 받게 하는 수치스런 역사를 쓰기엔 그 기회비용이 너무 큰 것이 아닐까? 노무현도 비난 받아 마땅하고 역사 앞에 치를 죄값이 있으면 치러야 하지만 극의 흐름상 분명 이건 단순한 노무현죽이기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정부

'진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 베일에 보이는 허상에 현혹되어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기도 하고 거짓을 진실인 냥 맹종하기도 한다. 16세기 중세 유럽에 기독교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통치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마녀로 낙인찍어 죽여 대는 마녀사냥이 횡횡했다. 그들이 죽이려 했던 건 존재하지 않았던 마녀가 아니라 기존 기독교 질서에 대한 항거나 민중들의 생존을 위한 목소리였다. 즉 마녀가 아닌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하게 죽어갔고 마녀의 목소리가 아닌 민중들의 외침이 마녀재판으로 단죄되었다.

1950년대 전 세계의 사회주의 소련의 팽창에 위기의식을 가졌던 미국이 근거 없는 매카시의원의 '국무성 안에 205여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 '간첩들이 무수히 활동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시작된 매카시광풍. 이렇게 조성된 반공열풍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아무 데나 공산주의자를 갖다 붙이고 자신들의 권력에 반하면 무조건 반공의 이름으로 낙인을 찍어 제거하는 공포정치를 만들어냈다.

2009년 대한민국이 도대체 마녀사냥이나 매카시광풍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지구상에서 유래 없이 강력한 대통령제도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전직대통령을 그의 가족 친지 지인, 후원자들을 탈탈 털어보면 의심 가는 돈거래 하나, 청탁 의혹 하나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노무현을 두둔하거나 그래도 다른 놈보다 덜하지 않냐는 그런 논리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노무현을 이토록 깔아뭉개 버려야 하느냐 말이다. 정의를 위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 나라의 근본을 바로 잡기 위해서인가?

그 잣대는 왜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와 탈법을 자행한 삼성비자금에서는 사라져버리고 자신들의 백성이 불타 죽은 용산참사에서는 거꾸로만 들이대는가? 장자연 사건에선 조선일보 하나 끼었다고 아예 잣대를 시궁창에 처 넣어 버리면서 말이다. 평범한 백성이 보기에도 뻔한 그림에 짜증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아니 왜 늘 상식밖의 일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날까?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무서울 게 없다. 제주도를 일본한테 팔아 먹어도,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데 오케이해도 어쩔 건가? 대한민국에서 그를 탄핵할 방법은 없다. 국회의원만이 탄핵할 수 있는데 이미 국회는 한나라당이 완전 장악하지 않았는가? 그럼 국회의원이라도 소환해 탄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한민국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도 없다. 그들이 유일하게 겁먹을만한 건 오로지 군대와 국민밖에 없다. 군대는 지난 60년 동안 철저한 그들의 지지자라 까딱없으니 남은 건 국민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물 건너 갔다. 언제? 바로 지난해 촛불집회때 수백만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우리 국민들은 하나도 얻은 게 없었다. 애꿎은 촛불만 태웠을 뿐. 결국 이명박 정권에게 수백만이 수십일 쏟아져 나와봐야 별거 아니네 라는 자신감만 줬을 뿐이다.

그러니 대운하도 밀어붙이고 언론도 때려잡고 북한과도 전투태세다. 이젠 야당 같은 야당이 없어진 지 오래고 민주노총도 내부적으로 무너지고 사분오열이다. 이명박정권이 시작부터 개판치고 경제대통령이란 허구가 드러나 머릿속엔 삽자루 하나뿐이란 비아냥에도 끄떡없다. 시작하는 정책마다 친 재벌, 친 기업, 친 자본가, 친 기득권세력 편에 서서 전력투구하고 있어도 그 어느 누구도 시비걸 사람 하나 없는 지경이다. 시비 걸어보고 태클해봐야 본 척 만척이다. 앞으로는 언론도 알아서 통제 될테니 뭔 걱정인가? 세계적 금융위기에 정부의 무식하고 덜떨어진 정책땜에 온 백성이 하루 하루 삶에 힘겨워 하고 땟거리가 없어 울부짖고, 실직으로 내몰리고 있어도 서민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고 미국경제 탓 지난 정권 탓으로 희희낙락 만면에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시민권력의 씨를 말린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정권이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정권재창출의 완벽한 시나리오이다. 그들이 정권을 빼앗기고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는가? 하마터면 친일잔재청산이 이뤄지고 재벌과 언론들은 그동안 누렸던 비정상적인 특혜에서 내려와야 할 판이 벌어지곤 했지 않았는가? 그들이 틀어쥐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에서의 기득권을 속절없이 놓아 주어야 할 위기에 봉착하며 자신들의 존재의 근거인 남북분단마저 통일의 기운으로 전환되어 가지 않았던가? 그러한 위기에서 만들어 낸 정권이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노동자 농민을 위한, 중산층을 위한, 남북통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없는 한계를 가진 그들이 정상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의 본질은 드러나고 국민들은 알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들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운 좋게도 탄핵에서 자유로운 정권이요, 아무리 실정에 실정을 거듭해도 핑계거리가 너무 많고 그 또한 국민들에게 약발이 먹히는 것들이니 이명박정권은 현재로선 못할 짓이 없는 셈이다.

결국 다음 선거의 정권재창출에 몰두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서워해야 하고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야당은 더 이상 경쟁상대로 여길 수 없을 만큼 수준 이하이다. 국민의 반 이상의 표만 받으면 되는 선거에서 그들 집단에서 누가 나온들 게임이 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시선은 딴 곳에 있다.

먼저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싶지만 그들은 5공때처럼 언론을 완벽히 장악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적당이 막고 그들의 논리를 몇 년간 뿌려대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다음 선거때까지 국민들이 경제가 완전 깽판 됐다고 생각 안하게끔 토목 건설경기에 올인하는 거다. 돈은 돈대로 저그들 호주머니로 다 처 넣고 겉보기엔 뭔가 꿈틀 대는 듯한 착각을 주기엔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 정책과 사업이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진정 그것이 경제성이 있고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로 진행된다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이외에 누가 당선될 수 있겠는가? 민주당에서 누가 나온들 어디 명함이나 내밀 수 있겠는가? 민주노동당에서 당선가능이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겠는가 말이다. 오히려 상황변화에 따라서 한나라당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할 뿐이다.

이런 큰그림에서 보자면 이명박정권의 정권재창출에서 문제의 불씨는 딱 하나뿐이다. 바로 노무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무현 정권을 만들어 낸 그 힘이다. 즉 지금 노무현을 짓밟는 것은 다름 아닌 또다시 들불처럼 일어나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권재창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그 세력들을 고사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상식적인 사고를 가지고 적어도 역사를 두려워하며 정의와 공익을 위한 최소한의 실천을 주저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그들을 향한 테러와 다름 아니다.

마녀사냥과 매카시광풍의 목적이 다른 데 있었듯이 먼지 나올 때까지 털어 제끼고 없는 먼지라도 만들어 내어야 한다. 먼지의 유무와 경중은 중요치 않다. 이미 노무현은 생매장되고 그들이 목적한 바 많은 국민들은 실망하고 패배의식에 젖으며 그들에 반대해 또 다른 노무현을 세우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짓인가를 학습시킴에 다름 아니다. 국민편일 수 없고 역사편에 설 수 없는 이명박 정권이 시간이 흐르수록 바닥이 드러내게 될 때 노무현을 만들었던 그 힘이 또 다른 이 시대의 대안을 논의하고 그러한 국민들의 힘이 결집될 수 있다는 상상은 이미 실현된 노무현 정권 때문에 그들의 뇌리에서 떠날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2009년 대한민국에 이명박정권이 없애야 할 유일한 불안감의 불씨였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그들만의 나라로 버려둘 순 없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그들 식대로 우리 역사가 그동안 이뤄 놓은 민주주의를 우습게 갈아엎고 그들의 기득권을 철옹성같이 쌓아가고 있다. 또한 정권재창출을 위한 필요한 조치들을 착착 진행시키고 가장 큰 불안의 불씨인 민주시민세력, 언제든지 결집 가능한 시민권력을 '노무현 죽이기'로 분열시키고 고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깨끗한 척 도덕적인 척 하더니 별 수 없네' 하면서 노무현 욕만 디립다 하면 되는가? '차라리 전두환 노태우가 낫지, 이명박이는 돈이 많으니까 오히려 낫다'는 둥 그러고 있을 건가?

적어도 2009년 이명박 정권의 본질과 노무현죽이기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한나라당의 2중대보다 못한 민주당과 민주주의 역사와 서민들 앞에 일말의 책임감마저 없는 민주노동당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각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재보선에서 단일후보 승리하고 MB심판 했다고 서로 격려하며 희망을 얘기할 건가? 이대로는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의 악세사리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하루빨리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두려워하는 대안. 그들이 국민들 생각을 털끝만큼이라도 하게 하려면 그들의 정권재창출을 막아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의 죽음을 헛되게만 하고 이용만 당하면 결국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영원히 그들만의 나라로 만들어갈 뿐이다.


태그:#노무현 서거, #검찰소환, #대통령, #이명박정권, #포괄적뇌물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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