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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2005년 논문 진위논란과 관련, 이제까지 성명으로만 공식 입장을 표명하며 말을 아끼던 <사이언스>는 16일(현지 시각) 오후 2시 30분 전화 기자회견(Teleconference)을 열었다.

여기에는 <사이언스>지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과 카트리나 켈너 부편집장이 참가해 약 40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질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미국 언론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밀린 질문이나 더 하고 싶은 질문은 공식 기자회견 뒤 켈너 부편집장이 일대일로 답했다.

공통된 철회의견 제시해야... 늦어지면 직권 취소도 가능

여기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사이언스>지의 논문심사 제도에 관한 것이었으며, 문제의 논문 철회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도 큰 관심거리였다. 기자회견을 통틀어 <사이언스>지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현재로서는 어떤 예단이나 결론도 내리지 않겠다는 태도다.

<사이언스>지는 논문에 이름을 올린 저자 모두가 논문 철회에 동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철회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문에서 잘못된 부분이 구체적으로 누구의 잘못인지까지는 세세히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황우석 연구팀에게 며칠에서 몇 주의 시간을 주겠지만 공동저자들이 연구논문 철회 이유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시간을 너무 끌 경우 <사이언스> 직권으로 논문을 취소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과학계에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사이언스>지는 '황우석 논문을 띄우려고 서둘러 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변호했다. 그러나 문제의 논문이 제출에서 채택까지 걸린 시간이 보통 논문 심사(4개월)보다 반(약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그같은 주장에 그다지 무게를 실어주지 않는다.

한편 <사이언스>지는 내년부터 그래픽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을 이용한 파일에서 이상한 점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간이 섀튼 교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이언스>지가 그에게 갖는 불편한 심기도 드러났다. 편집장은 사견을 전제로 "교신저자 감투를 쓸 만한 일을 하지 않고 그런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꼬집었다. 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진상조사에서 왜 제3자가 간단하게 DNA 조사를 실시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사이언스> 편집장은 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앞으로 비슷한 사태에서 논문심사 과정에서 결과 재연을 논문 채택의 필요조건으로 삼는 데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럴 경우 독자나 과학계에 부담을 너무 많이 지우기 때문이라는 거싱 이유다.

한편 다소 생소한 형식의 이날 전화 기자회견(Teleconference)에는 미국 주요 언론사 과학담당 기자들을 비롯 <오마이뉴스> 기자 등이 참여했으며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사이언스>의 연락을 받고 참가 신청을 한 기자들이 <사이언스>가 지정한 번호로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걸어 우선 편집장의 모두 발언을 듣고 질문을 신청했다. 질문은 사회자가 기자들에게 질문이 있으면 지금 00번호를 누르라고 했을 때 그 번호를 누른 순서대로 돌아갔다. 전화에 연결된 모든 사람은 통화내용을 다 들을 수 있다.

"독자 신뢰 잃은 논문은 철회해야"

다음은 이번 <사이언스> '전화 인터뷰'에서 나온 주요 내용이다.

▲ 도널드 케네디 <사이언스> 편집장
ⓒ 사이언스
- 논문 철회시 공저자 모두 동의해야 하는 외에 또 뭐가 필요한가. 동의했다는 사실만 알리면 되나.
"철회시 성명서를 내야 한다. 여기에는 철회 이유도 포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

- 이번에 문제가 된 논문을 철회하는 데 대한 의견은.
"공저자들이 다 철회에 찬성하고 그 이유가 합당하면 철회할 것이다. 지금처럼 저자가 '철회는 하겠지만 기술은 있었다'고 말하는데 대해서는 진상조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논문의 모든 부분이 다 잘못이어야만 논문 철회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논문 철회 조건은 독자가 그 논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을 장려하는 것이 <사이언스>의 임무다. 저자들이 논문에 나온 정보가 뒷받침이 안 된다고 인정할 때 우리는 독자들에게 그 사실을 신속히 알릴 의무가 있다. 그래야 독자들이 사실이 아닌 것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정력을 쏟지 않는다."

- 논문철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는가. 너무 오래 걸리면 편집부 직권으로 논문을 취소할 것인가.
"우리는 저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몇 일이나 몇 주를 말하는 것이지 몇 달은 아니다. 황 교수는 지금 다른 공저자들과 연락을 취하려 열심히 노력 중이라 알려왔다. 그가 모든 공저자들과 연락이 빨리 닿기 바란다. 지금까지 5~6명과 연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언스> 논문심사 과정도 도마에 올라

▲ 카트리너 켈너 생명과학 부편집장
ⓒ 사이언스
-< 사이언스>지에서 취소되는 논문이 1년에 보통 몇 편씩 된다고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취소되는 논문과 이번 논문 취소를 다루는 <사이언스> 입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1년에 4~5편의 논문이 취소된다. 그런데 황우석 논문의 경우는 언론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논문 취소는 보통 논문 저자와 연구실, 학계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데 이번 사건은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고 있다."

- 한국의 관심도 크다. 지난 한 달간 한국은 이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 관심이 <사이언스> 편집부 행보에 영향을 끼쳤나.
"한국 언론으로부터 정말 많은 문의를 받았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질문에 답하고 협조하려 애썼다."

- 한국에서는 이 사건 때문에 앞으로 다른 한국 과학자들이 과학 논문을 출판하는데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시각이 있다.
"이 사건 때문에 한국 과학계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학을 다룰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흥미로운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누구든 과학적으로 타당한 논문을 낸다면 우리는 실을 것이다."

- 현재 빠른 속도로 2004년 논문에 대한 의혹이 번져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우리는 현재 2005년 논문에 대한 의혹을 다루고 있다. 2004년 논문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2004년 논문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 2005년 논문을 충분한 조사 없이 너무 서둘러 낸 것 아닌가.
"경쟁지에서 나오는 정당한 질문이다.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논문 제출에서 채택 결정까지 통상 얼마나 걸리나.
(케네디 편집장) "생물학 분야 논문은 120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올해 황우석 논문은 시간이 약간 더 걸렸다."
(그러나 곧바로 켈너 부편집장이 편집장의 말을 정정한다.) "아니다. 약간 '덜' 걸렸다. 논문이 3월 15일 제출됐고 5월 12일 채택됐다."

"섀튼, 공저자로 올라가 있으면 그만큼 책임도 져야"

- DNA 지문조사에 나타난 노이즈 등을 보더라도 의심을 하고 보면 잡아낼 수 있었는데 이렇게 하지 못한 심사위원들에게 잘못이 있지 않나. 현 심사제도에 문제는 없나.
"현행 심사 제도는 완벽하지 않으며 모든 실수를 다 잡아낼 수는 없다. 하물며 의도적으로 조작한 거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사건이 현 심사제도의 일반적 잘못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논문 심사 제도에 개선할 점은.
(케네디 편집장) "모르겠다. 내부에서도 얘기가 오고가긴 하지만. 우리는 이 논문에 다른 보통 논문보다 더 많은 심사위원을 투입했고 논문 심사할 때 심사위원과 편집자들 간에 더 많이 연락이 오갔다.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개선책이 지금은 없다."

(켈너 부편집장) "우리가 현행 심사 제도를 보강하려고 준비하는 것이 있다. 록펠러 출판사가 만든 건데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들에서 이상한 점이나 조작을 잡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2006년 도입할 예정이다."

- 교신저자로 막중한 책임을 진 섀튼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건 내 개인(편집장) 생각인데 나 같으면 교신저자 감투를 쓸 만한 일을 하지 않아놓고 그런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다."

- 섀튼의 책임은 무엇인가. 만일 논문에서 잘못된 점이 한국에서 다 일어난 걸로 밝혀진다면 섀튼은 앞으로 <사이언스>에 출판할 수 있는가.
"공저자로 논문에 이름을 올려 공을 취했으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다 져야 한다. 자기 이름만 빼달라니 그런 경우가 어디 있나? 섀튼은 우리에게 전례없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라고 요청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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