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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사가 SNS를 통해 한미FTA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쓴 글을 둘러싸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보수 언론들이 연일 이 판사에게 이념 딱지를 붙이며 몰매를 놓고, 대법원은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기에 이르렀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무색'은 허상

이 판사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공무원의 관점에서 보자면 업무 수행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허용되는 게 맞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무색'이라거나, 생각없어야 한다,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도식은 허상이고 도그마일 수 있다"라며 반발했다.(기사보기 : <"나 같은 판사는 입 다물라?...침묵이 비정상">)

11월 30일 대법원은 징계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SNS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판사도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이 판사의 FTA 관련 글을 비판하는 근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즉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활동 금지) 조항이다. 판사도 공무원이므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하므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단순 논리인 것이다.

이 논리는 현재 시국선언과 정치후원금 문제로 재판 중인 1900여 명의 교사와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것과 똑같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판사에게까지 확대된 것이다. 최근 대구, 부산, 광주, 인천의 법원에서 시국선언으로 해임된 교사들의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인천에서는 해임의 효력까지 정지된 바 있다.

그런데 이른 흐름과는 반대로 10주년을 맞이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제2기 국가인권플랜(NAP) 마련을 위하여 실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이하 인권용역보고서, 책임연구원 인하대 정상우 교수)에서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 허용 등 정치적 자유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권위 용역보고서 "교사의 정치 활동 금지는 인권 침해"

지난 11월 14일 인권위는 "2012년부터 5년간의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수립하여 권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그 권고 초안(과제)을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권고안을 마련 중에 있다"며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가인권위의 제2기 NAP 마련을 위한 인권용역보고서(일부) 이 보고서에서 교사의 정치 기본권 제한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인권위원회에 NAP 권고안에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자유 확대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제2기 NAP 마련을 위한 인권용역보고서(일부) 이 보고서에서 교사의 정치 기본권 제한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인권위원회에 NAP 권고안에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자유 확대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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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공무원이란 이유만으로 개인의 정치적 권리나 자유를 전면제한하는 것은 부당", "국공립대학의 교수에게는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초중등교원에게는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적 측면이 있음. 이는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과도하게 적용하여 초중등교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라고 밝혔다.

1기 NAP에 대한 종합평가에서 "교사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활동의 금지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명시하며, 제2기 NAP에 포함되어야 할 중점 과제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전면적 금지보다 개별적 허용으로 전환되어야 함. 교육공무원의 경우, 국공립대학 교수와 초중등교원의 정치활동 허용범위와 정도를 차별하지 않도록 개선함"을 적시했다.

국가인권위 NAP 담당자는 "이 보고서는 인권위의 확정된 공식 입장은 아니다. 애초 11월 경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의 협의 등에 시간이 걸려 아직 검토 중이다. 안이 마련되면 위원회에 정식 상정하여 최대한 빠른 시기에 확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가인권위는 8월 제출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에 제출할 최종 권고안을 만들기 위하여 정부 부처와 조율하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12월 8일 국회에서 대규모 정치콘서트 개최 예정

교사공무원정치기본권 찾기 정치콘서트 포스터. 12월 8일 국회에서 손학규 민주당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조국 교수 등이 참가하는 정치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교사공무원정치기본권 찾기 정치콘서트 포스터. 12월 8일 국회에서 손학규 민주당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조국 교수 등이 참가하는 정치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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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는 지난 2006년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자유 확대의 내용을 담은 제1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2007~2011년)을 수립하여 정부에 권고하였지만 이 권고안은 실행되지 못하였다. 2012년 새롭게 시작되는 제2기 NAP에도 똑같이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정치권과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교사공무원정치기본권 찾기 공동행동'은 12월 8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교사·공무원정치기본권찾기 정치콘서트'(부제 : '쫄지마 1920인! 기소피해자의 밤')를 개최한다. 1920은 정치후원금과 시국선언 등 정치활동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인 교사와 공무원의 숫자이다.

주최 측은 이 콘서트는 서해성 성공회대교수가 사회를 맡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조국 서울대 교수,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출연하고, 1천여명의 교사와 공무원, 시민들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보고서)
-교사, 공무원의 정치 자유 관련 부분(자유권 중 참정권 분야 발췌)-
1. 제1기 NAP 계획평가

가. NAP권고안
□ 국가 정책방향
○ 정치․경제․교육․문화 수준과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참정권을 보장해야 함
□ 핵심 추진과제
○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률을 개정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일정범위 확대도모

나. 제2기 NAP권고안의 참고자료

1)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의 확대
□ 문제제기의 배경
○ 공무원이란 이유만으로 개인의 정치적 권리나 자유를 전면제한하는 것은 부당하고, 공무원의 경우에도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직무자체가 정치적인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
○ 정치적 공무원의 경우에는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여 인정하고, 전문적인 직업공무원의 경우에도 자신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정치적 참여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 함
○ 교육공무원은 정치활동이 금지되는 비정무직 공무원으로 분류하면서도 국공립대학의 교수에게는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초중등교원에게는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적 측면이 있음. 이는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과도하게 적용하여 초중등교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임

□ 국회 및 헌법재판소에서의 논의 상황
○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위반사건에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는 공무원으로서 정당활동 등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대통령 등 정무직 공무원도 공선법 제9조의 선거중립의무를 지는 수범자 범위에 들어간다고 판시함(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 그러나 그 뒤 선거운동기획에 관한 사건에서는 공무원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선법 규정에 대해 이를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아니한 행위까지 적용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하여(헌재 2008. 5. 29.2006헌마1096)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 인정의 여지를 보임

□ 입법과 행정영역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나 법원 등 사법의 영역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자유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소극적 입장인 점에서 한계가 있음

□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전면적 금지보다 개별적 허용으로 전환되어야 함
○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획일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조항들을 개정하여, 담당업무와 업무관련성을 가지는 일정 범위의 구체적 정치활동만 제한하도록 함
○ 특히 정무직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그 직무로서 정치활동이 허용되어 있으며, 더욱이 정당활동이 허용되므로 이들에게 선거중립의무를 지우는 것은 체계정합적이지 않음. 이들을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규정 적용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도록 개정함
○ 교육공무원의 경우, 국공립대학 교수와 초중등교원의 정치활동 허용범위와 정도를 차별하지 않도록 개선함

Ⅹ. 자유권 분야 요약 및 정리
□ 참정권
○ 선거권 확대 및 공무담임권 확대 필요함
○ 선거운동 자유 및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권 확대가 필요함
○ 교사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활동의 금지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됨
○ 제2기 NAP권고안 내용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자유 범위의 확대,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등을 제안하였음


태그:#국가인권위, #교사 정치자유, #인권,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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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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