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여배우 김태희는 일본에서 장사하지 마라. 오면 죽일거야."

일본 '넷우익'의 실체는 상상외로 무시무시했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누가 김태희를 쫓아냈는가'편은 일본에 진출한 배우 김태희가 표적이 된 혐한류 시위의 실체를 다뤘다. 광범위하고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혐한류 시위의 이면에는 일본 넷우익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돼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그 배후에 일본 정관계 관계자의 존재가 버티고 있다는 점 또한 숨기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누가 김태희를 쫓아냈는가'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 '누가 김태희를 쫓아냈는가'의 한 장면 ⓒ SBS


그들은 왜 김태희를 반일배우로 낙인 찍었나

혐한류 시위는 작년 8월 일본 배우 타카오카 소스케의 혐한류 발언 이후 후지TV 앞 '반한류' '반후지' 시위로부터 출발했다. 이후 김태희가 후지TV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김태희는 억울하게 이 반한류의 시위의 중심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해가 바뀐 지난 2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취재한 로토제약 앞 김태희 퇴출 시위 장면은 꽤나 위험하고 심각해 보였다. 특히 시오도메 유(가명)이란 이름의 퇴출시위 주동자의 언행은 여느 나라의 극우와 다르지 않았다.

"왜 김태희를 배척하느냐, 한국인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장기를 불태운다고요. 그런 행위를 한다면 일본인이 철저하게 싸워주겠다는 거예요. 한 발도 물러설 수 없어요. 덤비라고요. 그런 일을 한다면 일본인은 바라던 바예요. 우리는 일방적으로 쳐들어 갈 겁니다."

이들은 "로토제약 너희도 적이다. 네놈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불매운동으로 김태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로테제약 측은 광고발표회도 취소했다고 한다. 이들이 김태희를 반일 배우로 내세우는 이유는 2005년 김태희가 문화홍보대사 자격으로 스위스로 방문했을 당시, 독도홍보행사에 참여했다는 것 때문이다. 이들은 김태희 광고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었다.

 김태희의 일본 활동 모습

김태희의 일본 활동 모습 ⓒ 김태희 블로그


경제위기에 발맞춰 탄생한 넷우익의 실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김태희 일본 퇴출 시위를 주도한 우익 단체 재특회(재일동포의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회)의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도 인터뷰했다. 그는 "재일한국인들은 일본인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재일한국인 사회에 대한 왜곡된 주장은 물론 한일간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인 중에 김태희 팬은 없다고 생각해요.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연예인이 있다면 그 연예인이 한국에서 광고모델로 기용됐다고 했을 때 아마 한국, 상신들 성격을 볼 때 그 회사에 불이라도 낼 거예요.

재일 동포는 돈이 좋아 일본으로 왔을 뿐이다. 일본이 살기 좋아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또 당신들은 불쌍한 할마니라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할아버지들이 피해자다. 증거도 없이 강간범·살인마로 욕을 먹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좋은 관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이들의 배후에 우익방송인 사쿠라TV 등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일부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가장해 인터넷을 통한 반중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혐의도 포착했다. 일본의 기존 우익단체 인사나 노동잡지 기자를 만나, 최근 혐한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넷우익'의 실체에 대해서도 들었다.

"재특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고 사회 경험도 없다. 시위의 본질도 모른다. 게다가 일정한 직업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쿠라이에게 세뇌를 당한다. 자극적인 운동을 하면서 발언이나 수위도 점점 과격해져야만 한다." (니시무라 슈헤이,  주권회복을 도모하는 모임 대표)

"순수한 시민단체라 더 무섭다. 외로운 떠돌이들이 사회와 접속하고 싶은 가운데 적을 발견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 많은 일본 젊은이들의 사정이다. 그들에게서 일종의 공포감이 느껴진다." (야스다 고이치, 노동잡지 기자)

"중간층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패자층으로 전락한다는 공포에 산다. 실제로 취직이 안 되거나 파견족, 니트족이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등 이 사회가 폐쇄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재특회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마에다 교수, 일본 도쿄조형대학 전쟁증오범죄연구)

 일본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

일본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 ⓒ SBS


"그들의 폭력성과 비논리 보고 있자니 어버이연합이..." 

김태희의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은 기무라 타쿠야의 <남극대륙>과 맞붙어 평균 9%대의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SNS나 드라마 홈페이지 등 인터넷 상에서 김태희에 대한 반응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만난 재일조선인3세 또한 재특회 활동을 하면서도 "김태희는 좋아해요. 말로 하기는 싫지만,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반한 시위에 가담해 구속된 경력이 있을만큼 혐한류에 동참하는 젊은 세대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SNS와 기사 댓글을 통해 혐한류 일본인들에 대한 적대감과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말 똑바로 하고삽시다. 매춘성매매라니요, 강간이겠죠. 다케시마라니요, 독도겠죠. 한국인들 죽으라고요? 김태희님이 예쁘고 케이팝이 제이팝보다 우세하니까 질투나세요?(@HS_Priestess)"와 같은 의견이 리트윗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재특회 등 넷우익의 수가 최근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침체를 배경으로 생겨난 이들 반한·반중 극우 민족단체의 심각성은 비단 일본 사회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방송을 본 한 트위터리안의 시청소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김태희 퇴출운동을 하는 일본 극우단체 재특회를 다루고 있다. 그들의 폭력성과 비논리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어버이연합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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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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